배로 가득 메워진 항구. 파도소리와 뱃고동소리 사이로 낚시인들의 활기가 느껴진다.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며 때를 기다리는
낚시. 검푸른 바다의 한 가운데에서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그 긴 시간 끝에 찾아오는 찰나의 손맛과
기쁨은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고기를 낚는 동시에 행복을 낚는 이들. 원익아이피에스에도 있다.
낚싯배로 가득한 군산의 비응항, 뿌우- 뱃고동 소리와 함께 원익아이피에스의 사우들을 태운 ‘엄지척 호’가 항구로 들어왔다. 주차를 기다리는 배가 많은 탓에 사우들은 물고기로 가득 찬 비닐을 빠르게 옮기며 육지로 내려왔다. “새벽부터 바다에 있었더니 땅이 울렁이는 것 같네.” 장시간 배를 탄 탓인지 육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주섬주섬 대어(大漁)를 꺼내들곤 “오늘 잡은 광어에요. 엄청 크죠?”하며 너스레를 떤다.
락시는 2012년에 만들어졌다. 올해로 6년째. 원익아이피에스의 사우라면 누구든 가입이 가능하다. 나이,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며, 낚시를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더라도 경험이 많은 낚시 선배들이 있으니 걱정 없다. 일 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출조를 나선다. 출조 일정이 나오면 금요일 퇴근 후 정해진 항구에서 만나 간단한 저녁식사를 한 뒤 낚시도구를 점검한다. 낚시는 다음 날 새벽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세 네 시간 정도 잠을 청한 후 예약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선다. 이후로는 저녁까지 계속 낚시를 한다. 점심은 선상에서 해결. 꽤나 힘든 일정이지만 이들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운 시간이기에 눈 깜짝 할 새라고.
올해에는 락시의 회장과 총무가 바뀌면서 적응하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때문에 상반기에는 출조를 나서지 못했고 이번 하반기에서야 이렇게 오게 된 것. 하지만 동아리 부원들의 응원과 지지 덕에 성공적인 출조를 할 수 있었다. 새로 총무를 맡게 된 이희동 과장은 “동아리 임원진이 바뀌면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회원들이 잘 맞춰주고 도와준 덕에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네요.”라며 락시 회원들 간의 끈끈함을 내비쳤다.
잡은 물고기는 항구에 위치한 회 센터의 전문가에게 맡겨진다. 꽤나 많은 양임에도 빠르게 손질되는 물고기들을 보며 누가 잡은 물고기인지 꼽아보다, 오늘의 낚시왕, 낚시꽝을 선정하게 됐다. 오늘의 낚시왕은 오재성 대리. 열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낚시를 한 덕에 16마리나 잡았다고. “아이고 쑥스럽네요. 다 작은 것들만 잡았는데 제가 낚시왕이라니 하하. 어릴 때 부모님 따라서 가끔 낚시를 갔었는데 아직 그때의 감각이 남아있었나 봐요. 아, 물론 다른 분들도 쉬지 않고 하셨더라면 더 많이 잡으셨을 거예요.” 이를 부러운 듯 바라보던 오늘의 낚시꽝 이학진 사원은 “아, 저는 오늘이 처음이었어요. 제가 바다 멀미가 심한 줄 몰랐는데 굉장히 심한 편이었더라고요. 누워있느라 한 마리도 못 잡았네요. 하지만 다음 출조 때는 제가 낚시왕이 될 겁니다!” 누가 얼마나 잡았는지 보다 함께 웃을 수 있다는 데에 더 큰 의미를 갖는 이들의 얼굴에서 락(樂)시의 의미가 보인다.
잡은 물고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손질해 구이, 회, 탕 등으로 다 먹고 간다. 혹 그날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잡은 날에는 잘 포장해 가기도 한다고. 오늘의 주 메뉴는 광어, 우럭 회와 매운탕 그리고 숯불구이다. 생선만 먹기엔 조금 심심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고기도 잔뜩 준비되어 있다. 숯불 조는 돼지 목살, 삼겹살, 소시지 등 푸짐한 재료들을 굽고 손질 조는 회 센터에서 생선을 손질해 온다. 준비 조는 야채와 밑반찬, 주류를 세팅. 각자 할 일을 나눈 뒤, 맡은 일을 착착 해 내는 모습에서 완벽한 팀워크가 엿보인다.
드디어 완성된 한 상 차림. 우리 손으로 직접 잡아 더 맛있지만, 함께 모여 만들었다는 뿌듯함도 크다. “이야, 광어가 아주 쫄깃쫄깃 해. 누가 잡았는지 실한 녀석으로 잡았네.” 먹으면서도 서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들. 다 함께 식사 한 번 하기도 어려울 만큼 바쁜데다가 2박 3일이라는 일정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얼마나 즐거울지 알기에 이들은 스스럼없이 시간을 낸다. 동호회에 들어온 지는 얼마 안됐지만 누구보다 락시를 아낀다는 구원서 과장은 “열 댓 시간을
한 배에서 함께 먹고 잡고 쉬고 하다 보면 동료애가 끈끈해지는 걸 느껴요. 사실 낚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하는 동안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않지만 묵묵히 서로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고 잡으면 축하도 해주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연결되는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있어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락시의 창립부터 함께했다는 배석철 과장은 “원익아이피에스의 동호회이지만 CS근무자들은 각지에서 일하고 계시기 때문에 미팅이 있을 때만 가끔 보는 게 다였어요.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라고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각자 다른 사람들이 취미로 모여 하나가 되기까지. 행복과 즐거움을 낚는 진정한 ‘락(樂)시꾼’들이 모인 락시는 앞으로도 방방곡곡을 다니며 낚싯줄만큼 팽팽하고 끈끈한 마음을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