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조어가 그의 손에서 시작된 지 벌써 12년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현실에서 과연 올해도 트렌드가 있을지 의구심을 품은 사람이 많았지만 벌써 사회 곳곳에는 그가 뽑은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날뛰는 소를 길들이는 능숙한 카우보이처럼, 코로나19를 잡아서 길들이는 카우보이라는 의미로 ‘COWBOY HERO’를 10대 키워드로 선정했다는 얘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첫 번째 키워드로 바이러스가 경제를 바꿀 것이라며 ‘브이노믹스’를 얘기했다. 코로나19로 급격한 변화의 예상 속에서 경기 회복은 유형과 업종별로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온라인쇼핑은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재택근무와 홈트레이닝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사용하지 않았던 공간에 새롭고 다양한 기능을 더하는 ‘레이어드홈’을 강조했다.
이어서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 ‘자본주의 키즈’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자본주의 속에서 자랐기에 자본주의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여기에 최적화된 경제 활동을 영위한다는 것이다. 충동적으로 소비하지만, 걱정은 계획적으로 하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네 번째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해야 한다는 ‘거침없이 피보팅’을 이야기하며 비디오 대여 사업으로 시작해 사업 방향의 ‘축을 바꿔나간’ 넷플릭스를 예로 들었다. 다섯 번째 키워드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삶을 즐기는 ‘롤코라이프’를 꼽았다. 짧은 유행에서 재미를 찾고 다른 재미를 찾아 떠나는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롤코라이프라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는 오늘 하루 운동의 줄임말인 ‘오하운’을 여섯 번째 키워드로 선택했다. 실제로 최근 SNS에는 거창하지 않아도,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운동이 일상화된 오늘 하루 운동이라는 해시태그가 첨부된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뒤이어 중고 시장으로 신제품이 재테크가 된다는 ‘N차 신상’을, 고객이 브랜드와 함께 원하는 세계를 확장한다는 ‘CX유니버스’, 타인과의 공유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레이블링게임’의 설명을 빠르게 이어 나갔다.
그는 마지막 키워드로 언택트 기술을 보완하는 ‘휴먼 터치’를 이야기했다.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오히려 사람의 손길에서 구매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위안받으며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매로 이어지면서 사람의 힘이라는 감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트렌드 키워드의 강연을 마친 그에게 씨엠에스랩 직원들은 뷰티산업의 트렌드를 예상해달라고 부탁했다.
“뷰티산업은 아마도 피보팅, 라이프스타일의 솔루션 제공,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똑같지만, 코로나19가 바꾼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김난도 교수의 두 시간 동안의 강연은 2021년 트렌드를 명쾌하게 정리해 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한마디는 씨엠에스랩의 직원만이 아닌 영상으로 강연을 시청한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선사했다.